공지사항 NOTICE

[기고문] 추급권 도입에 관한 기고문

인물과 소식
작성자
koreagalleries
작성일
2021-07-08 13:38
조회
318

추급권 도입 방법론은 미술시장의 현실에 맞춰서 실증적으로 논의가 되어야 한다.

서유경 변호사

1. 들어가며

미술품의 가치는 어떻게 매겨지는 것일까? 미술품 그 자체의 아우라(aura)도 중요하지만 결국 미술품의 가치는 미술시장에 참여하는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매겨진다. 작가를 발굴하고 해석하며 전시를 기획하고 나아가 그 작품을 선보이며 매매를 성사시키기도 하고, 과거와 미래의 작품을 조명하여 시장에 선보일 수 있는 등으로 미술품 매매의 선순환 구조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시장이다. 미술시장은 미술 창작자와 유통자, 매도인과 매수인, 전시 기획자와 감상자, 감정인, 평론가 등 다양한 주체가 복잡다단하게 참여하는 생태계이다.

국내에서도 미술진흥법 상 추급권(미술품재판매보상청구권) 도입에 관한 정책적 입법이 본격적으로 시도되었다는 점은 유의미하다. 추급권 도입의 목적은 미술인과 그 가족의 생계를 보장하고 열악한 경제적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객관적인 사회정의를 추구하여 실현하려는 것이다. 법리적 관점에서도 다른 미술저작물은 다른 저작권 분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아왔던 만큼, 앞으로도 미술저작권 분야의 창작자의 권익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바람직하다.

그러나 목적의 정당성이 수단의 적합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추급권 도입을 위해 입법 주체가 채택한 수단이 과연 주지의 이론이나 경험적 사실 또는 예측적 분석에 따라 충분하게 검토된 것인지 확인하여 미술시장에 미칠 인과관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심사해야 한다. 또한 일방에게 권리를 부여하는 입법은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범자에 대한 제한조치는 가능한 필요·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 더욱이 기존의 시장질서를 경제적으로 규율하는 법안은 정부실패로 귀결될 가능성도 있기에 무엇보다 신중해야 한다.

2. 정부의 입법안에 관한 두 가지 우려

국회의원 도종환·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21. 6. 17. 공동주최한 “「미술진흥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따르면, 추급권에 관한 입법안에 관한 요지는 ① 사인 간의 거래·화랑·미술상을 통한 거래를 제외하고 2차 시장인 경매시장에 국한하여 도입하되, 재판매보상금에 최고 한도 총액 제한을 두며, ② 재판매보상금 관련 집행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집중관리단체를 설치하고 강제적 정보제공청구권을 도입하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입법안이 한 번 통과되어 시행되면 그 직·간접적인 영향력과 파급효과는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추급권의 도입에 관한 논의는 규범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실증적 차원에서 미술시장의 현실에 맞게 적용되어야 한다. 혹여 현실에 맞지 않게 될 경우, 오히려 미술시장에서 역효과가 발생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된다면 오랫동안 어렵게 논의되어 비로소 도입하려는 추급권 그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정부안에 대한 두 가지 우려를 각각 짚어보고자 하고자 한다.

2차 시장에서의 재판매보상금 부담이 결국 1차 시장으로 귀착·전가될 가능성

추급권의 사회보장적 성격에 따를 때, 재판매보상금은 추급권자에 대한 복지 명목 재원에 해당하고, 그 재원이 재판매 시 개인에게 부과·징수된다는 점에서 실질적으로 세금과도 같다. 세금이 붙게 되면 시장의 총잉여가 감소하게 됨으로써 순손실(dead loss)이 발생한다는 것은 이론상이나 경험상으로나 자명하다. 이때 우리는 세금효과(tax effect)와 조세의 귀착과 전가(tax incidence and shifting)의 원리를 떠올릴 수 있다.

미술품은 대표적인 사치재(luxury goods)에 해당하는데, 사치재란 수요의 가격탄력성이 공급의 가격탄력성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재화로서 법적으로 공급자나 수요자 누구에게라도 세금을 부과·징수하게 되면 수요자들이 먼저 시장에서 이탈하게 됨으로써 시장가격이 하락하게 되고, 결국 조세는 공급자나 최초 생산자에게 귀착된다. 이처럼 사치세는 그 최종적 부담이 공급자나 최초 생산자에게 귀착·전가되어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하여 명분과 실제가 분리될 위험이 있다. 미국도 1990년 사치세를 도입했다가 불과 3년 만에 실패를 인정하고 1993년에 대부분의 사치세를 폐지한 바가 있다는 점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미술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매도인은 2차 시장(경매시장)에서 자신에게 귀착되는 재판매보상금 부과·징수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1차 시장(창작자 직접 판매, 화랑이나 아트페어 판매 등)의 주체들로 하여금 가격을 인하할 것을 요구함으로써 그 부담을 실질적으로 전가할 수 있다. 즉, 최초 창작자인 미술인을 위한 재판매보상금을 도입하였는데 그 최종적 부담이 도리어 1차 시장으로 전가되어버리는 아이러니가 충분히 예상될 수 있는 것이다. 재판매보상금에 최고 한도 총액을 둔다고 하더라도 이 원리는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정부에서 재판매 최저기준 금액에 관해 논의하고 있으나, 그것도 다른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 있다. 가령 최저기준액이 2,000만 원으로 정해질 경우, 2,200만 원으로 판매할 수 있는 미술품도 최저기준액을 맞추기 위해 2,000만 원 이하에 판매됨으로써 시장가격이 하락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 시장에서 자주 관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아무리 경매시장이라고 하더라도 매도인이나 매수자 입장에서는 다운계약(이중계약)의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여러모로 미술시장에서 시장가격 하락뿐만 아니라 탈법의 우려까지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집행 효율성만을 고려한 강제적 정보제공청구권이 시장질서를 혼란하게 할 가능성

정부는 추급권의 효율적 집행을 위하여 집중관리단체를 통해 위탁·관리하며 강제적 정보제공청구권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기존의 미술시장에서 매도인이나 매수인은 모두 자신의 신원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도 않고, 특히 고가에 거래되는 작품일수록 유통자의 비밀유지의무가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이러한 비밀 그 자체가 유통자의 영업비밀로서 중요한 자산이 된다. 바로 이 점에서 실무상 다음과 같은 상황이 충분히 문제 될 수 있다.

만약 경매시장에서 재판매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추급권자가 재판매보상금이 제대로 부과·징수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다투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추급권자로서는 집중관리단체를 통해 채무자에게 정보제공청구권을 행사함과 동시에 재판매보상금지급청구권을 동시에 행사할 수 있다. 법적 절차를 진행하려면 피고를 특정하기 위해 집중관리단체나 경매회사 등을 통해 그 채무자의 신원을 밝혀야만 한다. 그런데 법적 절차를 진행하는 도중 추급권자의 주장이 이유가 없어 기각될 것이 자명하거나 기각된다고 하더라도, 그 상대방의 신원은 고스란히 밝혀진 채로 남아있게 된다. 재판절차에서 아무리 영업비밀의 비밀유지방안 절차가 있다고 하더라도 피고 자체가 비밀로서 유지되어야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소송법상 논란의 여지가 있고, 결과적으로 경매회사로서는 중요한 영업비밀인 고객이 노출될 수밖에 없는 피해가 발생한다.

최악의 경우 그 경매회사의 고객이 누구인지에 관한 정보를 알기 위해 악의적으로 기획소송을 하는 경우라면, 주요 고객들은 자신의 신원이 노출되지 않길 바라므로 경매시장에서 이탈하여 사적 거래(private sale)로 미술품을 거래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경매회사로서는 손해를 볼 것이 자명하고, 미술시장에서도 양지에서 관찰할 수 있는 거래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므로 공공의 이익이나 정책적 관점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집중관리단체를 통한 추급권의 집행 효율성을 도모하고, 그 방법으로서 정보제공청구권을 도입하는 것 자체는 필요하다. 그러나 집행 효율성만을 고려하여 강제적으로 실시하여서는 아니 되며, 필수적 정보제공의 예외사유 또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대한 항목을 마련하거나 임의적·선택적 정보공개청구권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해보아야 한다. 더불어 현행 정보공개법 중 정보공개청구권에 대한 오·남용 사례가 지적되고 있는 점도 유추하여 참작할 필요가 있다. 행정상 집행 효율성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수범자들 간의 법적 관계에 있어서 기존의 미술시장의 질서와 상충하는 것은 아닌지, 그에 대한 제한이 이루어질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고찰도 필요하다.

3. 마무리하며

추급권 도입에 관한 논의가 규범적 차원에서 가치관의 대립으로 이해되는 것은 곤란하다. 미술인의 생계를 보장하고 경제적 활동을 증진할 수 있는 방향 자체에 대해서는 미술시장에 종사하는 주체들이 모두 공감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목적에는 그에 적합한 수단이 채택되어야 하고, 그러한 수단이 채택됨으로써 기존의 권리나 활동이 침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주체가 있다면 그 침해는 최소화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야 미술시장 생태계 내에서 추급권 도입정책이 적절한 비례성을 지킬 수 있고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시킬 수 있다.

한국과 EU의 FTA 체결 이후 추급권을 도입할 것인지, 도입한다면 그 방법은 어떠할 것인지에 관한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까닭도 찬성론과 반대론을 분리하는 이분법으로 논의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반대의견이 추급권 자체에 대한 반대인지, 추급권의 도입 방법론에 관한 반대인지 반드시 구별해야 한다. 그러한 구별이 없다면 반대의견이 마치 미술인들의 권익을 도외시하는 의견으로 곡해되기 쉬우며, 도리어 미술시장 내 주체들이 서로 대립하게 되는 구도를 발생시키게 되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입법은 국회의 몫이고, 집행은 정부의 몫이지만, 실제로 추급권이 도입될 경우 수범자로서 직·간접적 영향뿐만 아니라 파급효과까지 받게 되는 것은 미술시장의 주체들이다. 따라서 실증적 차원에서 추급권 도입의 방법론에 관하여 미술시장에 적합하고 친화적인 방법론을 마련할 수 있도록 시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접근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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