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미술평론_김진엽] 춤추고 노래하는 조각

전시리뷰
작성자
koreagalleries
작성일
2021-07-10 17:07
조회
27
춤추고 노래하는 조각
이동훈, <조각이 춤도 추네요>, 갤러리 SP, 2021년 7월 8일~7월 31일
김진엽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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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각이 춤도 추네요>라는 제목으로 이동훈의 두 번째 개인전이 갤러리SP에서 열렸다. 정적인 공간예술인 회화와 조각, 한순간에 동작으로 결정되는 시간과 공간의 예술인 무용의 결합은, 근대 이후 나타난 모더니즘에서 예술의 확장 개념으로 지속적으로 추구되었던 요소이다. 그렇지만 그러한 결합의 결과는 대부분 내용적인 조화가 아니라, 조각들 사이에서 춤을 추는 등 형식적이며 부차적인 방식으로 진행되었을 뿐이다.

이동훈 ‘춤’은 이와는 다른 측면에서 진행된다. 이동훈이 주목하는 것은 율동이다. 춤에서 나타나는 율동을 미술의 선과 색을 통한 리듬으로 변환시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러한 작업을 평면과 입체로 분할하여 또 다른 시각적 실험을 하는 것이다.

”왜?“ 춤이냐는 질문에 이동훈은 ‘아이돌’을 이야기한다. 대중의 아이콘인 ‘아이돌’의 공연 장면에서 표출되는 다양한 이미지들을 자신의 작업으로 변환시켰다는 것이다. ‘아이돌’은 현재 한국 대중문화의 상징이면서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문화 요소로서 세계에서 인식되고 있다. 그렇지만 순수예술을 대표하는 미술에서 대중의 아이콘을 다루는 것은 팝아트에서 나타났지만, 정통 회화와 조각의 작업에서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경향이었다. 사실 이 점에서 이동훈의 작업은 흥미롭다.

이동훈의 이번 전시는 인물조각을 중심으로 그 연장선상인 평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인물을 입체와 평면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나무의 재료적 특성을 살려 형태를 조각하고, 이를 복기의 방식으로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인데, 아이돌 그룹의 특정 인물을 표현하기 보다는 안무와 의상에서 나타나는 느낌을 재해석하여 표현한 것이 이번 전시의 특징이다.
‘형상을 가진 대상을 재료로써 다시 표현하는 행위’로 자신의 작업을 정의하는 이동훈은 원래 회화 작업을 전공하였지만, 평면과 입체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확장시켰다. 나무의 결과 질감에 따라 대상의 느낌을 표현하는 작업은 궁극적으로 주체의 소멸로 나아간다. 조각과 그림도 마찬가지이다. 조각에서 표현되었던 이미지를 복기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지는 평면 작업은, 특정 양식의 시각에 얽매이지 않고 동작과 이미지 또 그 이미지에 대한 재해석으로 끊임없는 순환구조를 이루고 있다. “재료와 대상, 두 요소에 집중하다 보면 표현하는 주체로거의 나는 거의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이동훈의 작업은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시각적인 장면을 조각과 평면을 통해 계속적으로 이미지들을 재가공함으로써 창작자의 의도가 자동적으로 소멸되게 만드는 것이다.



2.
대중적인 이미지들은 도구가 주체를 지배하는 형식이다. 도구적 필요성에 의해 만들어진 미디어들, 특히 대중적인 미디어들은 결과적으로 도구가 주체를 지배하는 형태로 발전한다. 그래서 우리는 대중적인 미디어들에서 나타나는 허구의 이미지들을 경계한다. 그러나 이것은 ‘원본성’을 고집하는 주체의 고립된 시각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이동훈은 기존의 대중 이미지에 대한 편견을 뒤집어 새로운 지평에서 대상을 고찰하고 표현하고자 한다. 순수와 대중예술을 구분하여 예술의 순수성을 강조하는 모더니즘의 작가주의라는 허상은 여전히 우리의 예술세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예술과 삶의 경계는 모호해졌고, 최근에는 일상의 영역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형식들이 기존 예술의 범주를 넘어서 새로운 영역을 선도적으로 개척하고 있다.
이동훈의 이번 전시는 젊은 작가로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기회이다. 재료 본연의 질감을 충분히 소화하면서 일상의 이미지와 미술의 다양한 방식을 가장 기본적인 방식에서 결합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동훈은 거창한 수사나 고립적이고 절망적인 언어를 선택하지 않고, 일상의 언어에서 이미지를 해석하고, 일상의 언어를 통해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하는 방식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작업 영역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대상에 대한 집중을 통해 자신을 함몰시키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열린 지평을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이동훈의 작업이다. 그래서 이동훈의 작업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는 않지만, 그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확장시키며 또 계속해서 그 이야기들을 이어나가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부담 없이 그 이야기들에 젖어들기만 하면 된다.

 

* 본 원고는 2021년 미술평단 봄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 1986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서 창간한 미술평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평론지로,
(사)한국화랑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2021년 봄호, 가을호, 겨울호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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