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 NOTICE

[미술평론_오세권] 원형의 겹을 통한 '시간'의 표현

전시리뷰
작성자
koreagalleries
작성일
2021-07-10 17:13
조회
42
원형의 겹을 통한 ‘시간’의 표현
임동훈 개인전, , 본화랑, 2021년 6월 25일~7월 17일
오 세 권(미술평론가, 대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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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훈의 이전 작품세계에서는 물감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바탕화면을 만들고 그 위에 실리콘을 얇게 칠하여 층위를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물감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고 그 위에 실리콘을 얇게 바르고 또 물감을 한 방울씩 떨어뜨리고 실리콘을 바르는 것을 반복하면서 만들어 내는 작품이었다. 그 결과 캔버스 위에 층층이 떨어진 물감들이 겹쳐지거나 번지면서 층위를 형성하여 풍경을 연상시키는 웅장한 형상을 만들어 내었다. 즉 여러 개의 층위로 된 화면 위에 반복적으로 떨어진 물감 방울들은 서로 쌓이거나 번져 나가며 나열되어 전체 화면을 만들어 내면서 웅장한 효과를 얻는 것이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까지 진행해오던 작품들과는 다른 방법으로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원형으로 된 필름과 실리콘을 사용한 작업을 보여주었다. 원형으로 된 필름 위에 실리콘을 얇게 칠하고 그 위에 다시 필름을 붙이는데 이때 실리콘의 색상과 필름에 따라 색상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필름을 압착시킬 때 실리콘의 미끄러짐과 접착력을 통하여 여러 가지 효과와 형상이 나타나는데 필름과 실리콘이 반복해서 쌓이면서 나타나는 효과를 작품으로 표현한다. 이 때 층층이 반복적으로 쌓여진 필름과 실리콘은 실리콘의 미끄러짐이나 압착 등의 작용에 의해 필름과 필름 사이에서 접착과 함께 다양한 형상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그리고 필름과 함께 실리콘을 재료로 하였다. 실리콘은 화학 제품으로 중합방법에 따라 여러 종류의 중합체가 가능한데 색이 없고 냄새가 없으며 산화가 느리고 고온에서도 안정적인 절연체로 사용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많이 접할 수 있는 종류는 실리콘 수지 종류이다. 그리고 무색뿐만 아니라 색상이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고, 내열성, 내한성, 내습성이 강해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접착제, 윤할유, 전기 절연체, 방수제, ... 등 우리 생활에서 다양하게 이용하기도 한다.

실리콘을 미술작품 제작에 도입하여 사용하는 것은 대체로 조각 분야이다. 비정형체이기 때문에 형태를 조정하기가 쉬워 사물의 형태를 복제하거나 사물의 외부 재질감의 촉각적 느낌을 나타낼 때 이 재료를 이용하였던 것이다. 물론 회화에 있어서도 실리콘을 접착제 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여 화면에 다양한 재료들을 접착시킬 때 실리콘을 이용하기도 하였다. 임동훈은 앞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자신의 이전 작품을 제작할 때에도 실리콘을 사용해 왔다. 실리콘의 독특한 특성을 이용하여 작품 재료로 가능성을 생각해 왔던 것이다. 그 결과 이번 작품에서는 원형의 필름 사이에 여러 가지 색상의 실리콘을 발라서 밀착된 필름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작품으로 나타내었던 것이다.



한편 이번 전시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형태는 원형이 주류를 이룬다. 원이 하나로 표현되기도 하고, 다른 형상으로 변용되기도 하며, 여러 개가 반복되는 형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원형의 형태를 이루고 있는 작품들은 단색조의 색상으로 뚜렷하게 표현하기도 하고, 흔들려 초점이 없이 표현되기도 하면서 움직이는 듯한 시각적 착시를 일으키기도 하는데 각기 개체로 나타나기도 하고 중첩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원형은 기하학적인 형태 가운데 하나로 다양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동안 원형이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로는 시작 지점과 끝나는 지점이 없기 때문에 순환성, 영원성, 완전성, ... 등을 상징한다고 알려져 왔다. 그리고 중심이나 만물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근원성을 나타내는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야페(A.Jaffe)는 원형을 인간 대 자연의 교섭을 포함하여 모든 각도에서 보는 영의 총체를 상징한다고 하였으며 이러한 모든 원형의 상징은 생명의 원동력이 되는 완전함을 표상한다고 하였다.

원은 하늘, 달, ... 등 우주의 구성원인 태양의 형태로 비유할 뿐 아니라 우주를 축약시켜놓은 형태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원형의 형태에는 완전한 둥근 원이 있고 타원형을 비롯하여 변형된 원들이 수없이 많다. 임동훈의 작품에서도 원형이 상징하는 내용이 내재되어 있을 뿐 아니라 둥근 원형, 변형된 원형이 있다. 같은 크기의 원형이 일정한 크기로 반복적으로 표현되기도 하며 작품의 크기에 따라 원형의 크기도 달라지고 있는 것도 볼 수 있다.

임동훈은 원형의 필름과 실리콘 그리고 화판이라는 재료들을 통하여 작품을 제작하고 그 효과들을 구체화 하였다. 필름과 실리콘이 반복적으로 층을 만들면서 겹치는 가운데 자연스러운 형상이 만들어 지는 것이다. 여기서 그려내는 작품이 아니라 주변의 재료들을 이용하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 내는 작품인 것이다. 그리고 작품에서 나타나는 원형들은 상징적 의미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르지만 확대된 생명체의 원형질 같은 형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의 원초적 움직임 같은 형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원형의 표현이 앞으로 어떻게 정리될지는 계속 지켜보아야 하겠다.

이상과 같이 이번에 새롭게 제시된 임동훈의 작품세계에 대해 살펴보았다. 필름과 실리콘이라는 재료는 그대로 이용하고 있지만 이전의 물감 방울들이 더욱 확대되어 원형을 중심으로 하여 작품세계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전 작품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다. 이와 같은 작품이 제작되는 절차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며 그 속에 작가의 여러 가지 행위와 생각들이 축적되어 내재해 있다. 그래서 임동훈 자신도 작품세계의 주제를 ‘시간의 겹’(Layers of Time) 이라고 하였다. 시간들이 쌓여서 겹을 이루고 그 겹 속에는 누적된 시간들이 압축되어 있는 것을 표현하였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하여 새로운 재료로 실험의 방법을 좋아하는 임동훈의 작품세계가 더욱 확장되어 나아갔으면 한다.

 

* 본 원고는 2021년 미술평단 봄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 1986년 한국미술평론가협회에서 창간한 미술평단은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평론지로,
(사)한국화랑협회와의 협력을 통해 2021년 봄호, 가을호, 겨울호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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